산천

[스크랩] 겨울 이야기.

홍률 2012. 2. 2. 16:58

 

 

 

차가운 바람이 코끝을 스칩니다.

얼어버린 강물 위에 서리꽃 사각이는 외진 길은, 섣달그믐의 애닯픔이 번지고 있었습니다.

연우煙雨 라고 하든가

안개비가 부옇게 내리는 잎진 가지 사이의 나무 아래였습니다.

 

보슬비에 젖은 상념은 옷깃을 여밀게 하고

끈을 놓을 수 없는 질긴 연緣은 쓸쓸함으로 공허의 그리움을 안겨줍니다.

그가 간절해질 때, 나 또한 그의 간절함이 되었을 까요

궁금한 심사는 나날이 속절없는데 죽도록 외롭지 않음은 다행히도 그를 생각하는 마음이며

그래서 서로는 무소식입니다.

 

 

 

 

 

이렇게 정월의 초입에서 시간의 흐름을 지켜봅니다.

비 같은....

안개가 걷히면서 드러나는 젖은 길

처연한 풍경이 가슴으로 안겨 오는데 차가움은 오히려 그의 미소로 반갑습니다.

 

때 가 되면,

안개는 사라지고 바람이 동무하겠지요

어쩌면 눈이라도 내려 어리석고 우둔한 그간의 행적을 북풍으로 휘몰아칠 것입니다.

단재丹齋 의 [아我]와 [비아非我]는 북풍한설에도 싸늘한 교훈이 되어 붉게 타는 불덩이로 그의(이 겨울) 깊은 밤 눈물입니다.

비상하는 날개 짓

그래서 찾아드는 고향 같은 그는, 아름다운 철새처럼 옛터를 자유로이 날고 있습니다.

사계四季의 수장 답게도.

 

 

 

 

 

 

많은 날은 아니었으나 그와 함께 했던 무수한 이야기가 추억 속에 있습니다.

갯바람은 겨울 바다의 친구였으며 우리네 삶의 모태였습니다. 

귓불 스치는 도리섬 선창가에서 달마산 넘어오는 하늬바람을 구름으로 보았습니다.

 

샛바람 이는 풍랑을

노 저어 가면서 해우 뜯으러 가는 연 추도 앞바다

그래서 물 위에서 스치는 손끝 도려내는 시러움과도 같이 했습니다.

 

싸늘한 달밤

밤하늘의 별은 더욱 반짝이고

이태신의 노래를 즐겨 듣던 때도 그때였고 신중현의 [빗속의 여인]도 그때였습니다.

라디오로 쫒는 박인수의 노래는 작은 흥분이기도 했습니다.

 

모두 그의(겨울) 이야기이지요.

 

 

 

 

 

 

겨울 물결은 손님 같습니다

왠지 어렵고 차가워서, 친근하게 반겨주지도 않지만

손님같이 말쑥하고 투명한 깨끗함이 있습니다

이지가 출렁이는 대기와의 연분은 완숙한 조화의 경지이며 그만이 나타낼 수 있는 자연의 모습입니다.

 

그는 그렇듯 넓은 하늘을 원하고 깊은 울음을 토합니다

다음으로 오는 기다림을 아는 까닭이지요

초록한 생명이 돋아나고 종달이 지저귀는 꽃피는 때를, 삭풍으로 잠재우며 준비하는 것일 겁니다.

 

오늘도

새벽으로 내린 눈이 하얗게 쌓여있고 겨울은 정월 대보름을 엿새로 남겨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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