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피웠어라
무사시노 벌판에서
세키가하라 갈대밭에서
꽃잎처럼 지고
산기슭
외로운 벚나무
하얀
벚꽃은 피웠어라
세월도 가고
슬픔도 잊어 갈 때
향원정의 봄은
핏빛 벚꽃이 피웠는데
국모여 꽃잎이 지면 눈물이 흐르는가
죄짓는 일본아
만주 땅
남방 밀림 속 사이판 군도에서
태평양 물결 아래
쓰러져 간 젊음이
못다 핀 꽃이여 꽃잎처럼 지고
그리워 부르는 이국의 하늘
그리고 어머니
일본의 청년, 조선의 아들, 중국의 젊은이
고독한 가미가제는 꽃잎처럼 지고
전쟁은 슬픔
산기슭
외로운 벚나무
하얀
벚꽃은 피웠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