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적.

[스크랩] 野花 / 들국화

홍률 2012. 10. 31. 23:21

 

 

 

 

 

             

 

 

 

 

 

 

열매가 맺혀 있었다.

웃음도

즐거움도

반가움도

모든 것은 가을 속에 녹아들고 있었다.

 

그런데,

산천은 지난 여름을 말해 주고

말라버린 나뭇잎과 빨갛게 변해버린 솔잎이 삭막하도록 가슴에 와닿아 

눈에 선한 풍취있는 산자락은 연기해 가을처럼 정감을 불러일으켜 주지는 못하고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고향의 풍경은 그렇게 우리랑 하루밤을 같이 했다.

 

 

 

 

 

 

 

아침에 은심, 연희랑 구계등이라 불리우는 깻돌 밭을 거닐었다.

여름날, 태풍이 휩쓸고간 흔적이 그대로 방치된 채

부서진 집과 그 안에 살림살이 집기들이 흉물로 나뒹굴고 있었는데

왠지 무성의 한 지역 주민들의 게으름이 엿보였다.

찾아드는 사람들을 위해 조성했을 부서진 파고라와 벤치, 돌무더기에 파묻힌 산책길은

전혀 복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채 원래 자연 그대로 만의 모습이 간절했다.

 

 

 

 

 

국화 옆에서

 

                                                  미당 / 서정주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 고아 쉬움에조이던 먼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내 누님 같이 생긴 꽃이여

 

노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함평 국화 축제

 

 

 

 

 

 

 

 

 

 

 

아름답게 조성된 행사장의 국화꽃은 화려함의 극치였다.

가을이 주는 선물 !

꽃은 예쁘기도 하지만 마력과도 같아서 즐거움과 사랑을 속삭이게 한다.

연인들은 한가함을 거닐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에 쫓기기라도 하듯 바삐 몰아치고.

 

주 행사장에서 언덕을 타면 연못이 있고 식용 국화꽃들이 피어나 있다.

산국(山菊)과 들국(野菊)이

언덕배기에 무리 지고 청초한 향기가 코끝에 감기어 왔다.

행사장 광장에서는 맡지 못했던 가을 향기가 국향으로 피어오르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모두 어디들 갔지?

이처럼의 정취가 국화향 아닌가.

같이 온건만 같은데 무리 지어 어디 로들 갔는지 꽃을 보는 내 옆의 동무는 없었다.

손을 잡지 않더라도 꽃잎 하나 따서 가슴 섶에 꽂아주고 싶은 내 옆의 동무는 없었다.

고운 색색의 野花(들꽃)는 피웠는데...

 

 

 

 

 

 

 

 

 

 

 

국화!

미당은 누님과도 같은 꽃이라 했다.

 

한 여름,

천둥과 번개는 그렇게 울부짖고

소쩍새는 잃어버린 봄날과 긴긴 봄밤으로  

젊은 가슴을 무던히도 속 썩였습니다.

 

그렇게 나른한 봄날도,

미쳐 날뛰었던 여름도,

불그레 순이의 볼살 과도 같은 사과빛 초가을도,

마저 보내고

 

무서리 내리는 청초한 들녘에서

도지기 휩쓸고 간 언덕배기에서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그 곱던 날의 젊음도

보내버린 거울 앞에 선 국화꽃 누님이여!

늦가을,

억새늦가을,

틈새에서 누님 같은 국화를 보았습니다.

간밤에 내렸던 무서리도

노란 꽃잎으로 그렇게 보았습니다.

 

미당은 잃어버린 청춘을 노오란 꽃잎으로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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