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청명한 밤공기는
이리도 상쾌한데
한 해를 보내는 옷깃이
너무도 차가웁구나
벗이여, 또, 벗이여!
2
북방 찬 기운이 온거리를 짓누르고
야간 조명이
태양 부활의 축제를 부추긴다
술잔의 부딪힘에
서울 거리가 들떠있다
3
적막한 달빛이
세월의 무상함으로
존귀하고 그리운 이의
그림자 되어
이슬 속에 빛난다
4
눈 속에 피는 꽃이
매화라 했든가
행랑채 앞
작은 화단 모퉁이에
매화나무 뭉치가 있었고
그 밑동
흙이랑 소곤거릴
지점 거리에
노란 점 가운데 두고
붉은 꽃잎 있었네
5
몰 고리, 십삼 모 퉁이
춘란은
바다 빛이 눈부시어
곁눈질로 바라보고
바람결에
산국화, 신누대도
흑일도의 낚싯배에
이리저리 차이더니
도솔봉 돌축대에 수줍게도 피어나
해가 가는 길목에
달마산 산그늘이
저녁연기 피우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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