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가영이

홍률 2015. 6. 17. 20:40

 

 

2014. 08. 28

 

 

 

 

 

 

 

 

 

 

 

 

 

 

날씨가 너무 좋다.

오늘 벌써 병동 밖으로 네 차례나 나갔다 왔다.

오후  햇살마저도 따갑지가 않아 완전 그늘이 아닌 나뭇가지 사이의 그늘을 이용해 무료한 오후를 잘 보내고 병실에 오니

시간은 네시반이 넘어서 있어 담담 간호사로부터 주사 시간을 지켜 달라는 주의를 받았다.

 

어제까지의 두통은 항생제를 바꾸고 나니 어느덧 사라졌고

오늘 산책은 날씨처럼 청명하고 가영이처럼 다감하게 기분좋게 남아있다.

 

암병동 지하1층에서 통기타 가수들이 5시부터 공연을 한다고 사내 방송 중인데

난 혈당체크와 항생제 교체 시간 때문에 내려갈 수가 없다.

 

 

 

 

 

 

가영이는 나름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오늘은 점심을 같이 먹었다.

 

실은 어제 약속이 있었다. 그런데 어제는 가영이에게 예약되지 않은 손님이 갑자기 찾아와 하지 못하고

오늘 사진 속의 야외탁자에서 이행심 여사가 준비해준 자연 속의 순수한 야채와 천연재료의 식사를,

푸른 하늘과 정돈이 잘된 녹색의 공간을 바라보며 가영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맛있게도 먹었다. 

 

아쉬움은 이행심이 빠진 거고,

그네도 식당 안의 답답한 공간에서 빠져나와 이런 건물 밖 그늘진 탁자에서 확 트인 기분으로 그림 좋은 풍경을 보면서 

함께 식사했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하는 마음이 일었다.

 

 

 

 

 

 

가영이는 밝고 쾌활하다.

그 이면에는 한 성깔 하는 다부진 면도 있어서 부모 입장에서는 항상 기분 좋은 딸이다.

 

내면의 세계는 가름할 수 없지만 친구들 하고의 우정과

그 나이가 겪는 사회성의 흐름도 괜찮은 것 같다.

 

어차피 장사의 길로 들어섰으니 뒤처지지 않는 전문적인 경제지식과 감각을 쌓아 나가야만 도태되지 않을 것이다.

청담동이라는 백그라운드를 박차고 나름의 길을 선택한 만큼,

자신의 확고한 신념만이 앞길을 비추리라 믿는다.

 

 

 

 

 

 

 

 

 

 

 

 

 

 

 

 

 

 

 

 

 

 

 

 

유리창 밖으로 저녁 햇살이 공사 중인 제2 롯데월드를 비추고 있다.

반짝이며 단아하게 솟아오르는 모습이 아름답다.

완공되고 나면 은은한 미가 더해질 것이다.

 

유리창 전면으로는 아차산,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의 영봉들이 뚜렷하다.

석양의 햇살을 받은 뭉게구름이 낮으며 가볍게 떠다니고 있다.

한적한 초가을의 저녁이다.

 

이런 한적한 행복감을 우리 세 식구가 함께하는 날이 있을 거라 기대하며

오늘은 이여사와 가영이에게 감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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