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17
오산쪽 중앙 국민학교 못 가서 도로 옆 밭가에 국민학교 다니는 아이 둘을 둔 젊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그 집 아주머니가 좀 유난스러워서 저녁밥만 먹으면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드는 타입이었는데,
달 밝은 여름밤!
모기장 붙여놓은 문살 사이로 달빛이 밀려와 방안은 적당히 어스름한데
희고 둥그스름한 몸뚱이가 가만있지 못하고 남정네의 위아래(머리, 다리)로 또는 배위를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면서 상당한 시간을 유희한다.
마당가 키가 큰 빗지락대나무 뒤에서는 영어와 융이가 침을 꼴까닥 넘기면서 그 마지막의 클라이맥스까지 놓치지 않고 지켜본다.
원래는 이 아주머니가 저녁밥만 먹으면 옷을 홀라당 벗고 빤스 한 장만 걸치고 밤을 맞아드리며 그네의 세계에 심취하여 빠져드는데
그놈의 여름이,
모기장이,
달빛이,
이제 한참 사춘기인 영ㅇ와 융이에게 여름밤의 야동을 제공한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이 남정네께서 외박을 하신 것이다.
분주한 아침 ―
"워메에 이런 순천 대말좆 같은 인사 같으니라고 인자 쪼까 살맛을 차잣는가 십으니까 뭔 시상이란 가.
시살 버릇 개 못준다고 쬤게 활터 주더니만 열흘이 못가 요 무슨 놈의 지랄이 랑가"
"아따 왜 그래 싸는가 오랜만 인디"
"아이고 요런 문딩아, 그 지랄 헐라면 애당초 장가들지 말던지 장 개럴 들었으면 새끼들이나 싸지르지 말던지 했어야지,
지리산 호랑이가 칵 씹었다가 도로 뱉을 요 문딩아".
"뭐라 해 싼야 지금, 아침부터 존 소리 안 나오게 해라, 지가 다 가리켜 줨씰로,
알았어 알았다고 한 가지 배 가지고 왔씬께 이따 밤에 봐 나는 쪼까 눈 좀 붙이고...."
"그래도 그러지 엊저녁 밤에는 잠 한 숨 못 자고 뜬눈으로 날을 새 불었구먼"
영ㅇ와, 융이, 학우가 그 집에서 자취를 했었다.
나도 달밤이면 빗지락대 뒤에 있었던 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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