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25
ㅣ 황정길
이슬 젖은 달빛이
검은 산 그림자 속에서 차갑게 빛나고
시커먼 산들에 쌓인 밤하늘은
무수한 별무리만이 파랗게 반짝이는데
이루지 못한 잠은 괴괴한 정적으로 풀벌레 소리 쫒고 있다.
운무 속에 드러나는 골짜기
안개는 빠르게도 능을 오르고
장대비처럼 내리 꽂히는 수직의 백양나무
새벽의 습한 바람과 맑은 공기 속에서 선명한 자태를 드러낸다.
눈 들어 바라보는 골짜기의 황정길
붉은 수직의 선들이 산허리를 꿰차고 있다.
항상 보아도 변함없는 친근함,
계절이 바뀌고 숲이 옷을 바꿔 입어도
속삭이는 물소리와
하얗고 붉은 원근의 수직들은 평온함을 안겨준다.
남치 악의 산령을 넘으면
신들의 숲인 신림
그곳엔 허 무러 저 가는 돌담이 멋진
카페 [비 흘림]이 있다.
일부러 옛스러이 막 쌓아
성황당의 돌무더기처럼 던져놓은 돌담
그 위에 장난처럼 얹어놓은 기왓장 위로
짙은 녹색의 이끼들이 골짜기의 수분을 머금고
진흙빛 기와 위에 눈물처럼 젖어있다.
진짜로 괴팍한 주인,
비 흘림은 신들의 숲에서 신들처럼 주인을 받들고 있다.
빗방울이 흩고 지나간 유월
별은 가슴에서도 반짝이는데
굽이져 오르는 황정길
적송과 백양나무는
또 하나의 별처럼 선명하구나.
[사진]
의왕시 청계사 가는 길 언덕 아래 한 그루 커다란 흰꽃이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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