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에 젖어.

[스크랩] 궁평항과 보낸 하루.

홍률 2009. 12. 10. 20:05

 

 

 

이른 아침의 수원역은 토요일답게 한산했다.

교통흐름이 복잡하기로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곳인데 새로운 역사가 새워졌음에도 광장 하나 변변치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성벽이 있는 도시,

개혁을 시도했던 정치적 태생의 도시,

효행의 본보기가 되고자 했던 화성은,

스케일 면에선 어제의 태양을 떠올리지 못하는구나 생각했다.

 

버스는 기분 좋게 시골길을 달리고, 차창 밖으로 잡목 숲이 시야 깊숙이 들어온다.

방치하는 들길, 산길, 외길....

송산을 지날 때 아주 오래전, 두어 번 와서 낙지를 사 먹던 염전마을 마산포 선창가의 유리창 깨진 점방이 생각난다.

그때도 조용필 고향이라 했다. 오늘의 뱅용이 말처럼....

점방 아주머니는 향재처럼 가냘펐는데 점방은 그대로 있을까?

 

옛날처럼 질척거리는 왕무대는 아니다.

포구에 대야도 없어졌고 난전의 외침도 사라졌다.

비릿한, 알 수 없는 기분 나쁜 그때의 냄새는 더더욱 없어졌다.

모두 살기 편해졌고 황금항이 된 것 같다.

기수도, 기수처도 입가에 웃음이 걸려있다.

 

병대는 맛난 술을 먹고, 숙희는 잔을 친다. 저 술맛은 꿈속일까? 꿈길일까?

향재는 웃고 있고, 뱅용이는 자꾸 연애질이다. 배 타고 섬에 가서 아기를 낳잔다.

 

제부도의 등길,

              연인들의 일주도로 다리,

사리 때의 썰물이라 운치가 없어 대부도를 돌아 영각사의 산사 음악제를 보러 갔다.

병용이의 안내로 사무실을 들렸다.

김석균 씨가 안산에서 공들이고 있구나 느꼈다.

 

초승달이 하여 스님의 손놀림에 춤을 추고 있다.

연꽃 같은 승무 자락이다.

연출력이 능수능란하다, 법고 치고 빠져나와 소리 없이 손뼉 친다.

정립하여 와선 하다, 번개처럼 춤을 춘다.

벼락 맞은 육신처럼, 혼을 놓고 춤을 춘다.

바라춤이 아니다. 막춤처럼 뒤흔든다.

나부처럼 흐느낀다, 별처럼 쏟아진다.

사리탑에 정좌한다, 바람도 자고 있다.

플래시는 터지고, 수많은 휴대폰은 그를 담아 전송한다.

 

그는 스님이다.

 

김병조는 교수이고, 추배이며, 진행자다.

방정맞지 아니하고, 게걸스레 말을 욕심내지 아니한다, 그런데 권력에 아부한다.

옛날의 전역이 아니더라도 집착하는 그의 멘트가 그랬다.

품위란 말을 써주기엔 아깝고, 윗트란 말은 써주고 싶다.

그의 누님은 아닌 것 같다.

 

갯바위의 노래주인이 저리도 여린데,

맑고 고운 음색이  어디서 오는 걸까? 의문하다 노래가 끝났다.

 

봄은 이미 갔지만 앙코르 송으로 봄날은 간다 를 부른다고 했다.

전곡의 여운이 모든 걸 망쳤다.

광천 사람.  장 사 익.

소리꾼이 낼 수 있는 꽃의 찬미가 너무나 서럽게 다가섭니다.

 

하얗고 아주 작은 꽃잎!

노란 흑점이 번져야 보이는 파리똥 같은 수슬!

붉은 열매는 달짝지근하게 씨로 여물고

가시넝쿨의 진한 녹 잎은 꽃잎만큼이나 아기자기합니다.

몰 고리 개울가 산길 옆에 그렇게 피웠습니다.

 

그래서 슬픈가요, 꽃향기를 따려 간 내 누이의 손끝을 찔러

붉은 순정 담아버린 그 꽃향기가 그렇게 슬픈가요.

슬퍼요.

하늘엔 해가 높이 떠있는데 소 울음소리는 느리게 들리고

산 자락 끄트머리에 초승달이 걸려 달빛마저 서러운데,

돌틈사이로 졸졸 거리는 도랑물 소리가 찔레꽃 향기에 너무 슬퍼요.

누이의 섬섬옥수 가시 상처가 찔레꽃 향기에 너무나 슬퍼요.

슬픈 노래가 너무 슬퍼요.

 

콧김 쐬러 가끔 다니자고 한다.

좋다, 오늘이 좋고 또 다음에 이런 날이 오면 그때 또 좋겠지.

많은 친구들이 건강을 걱정해 준다, 고맙고 송구스럽다.

그렇지만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그냥 일상으로 돌아가자.

메모 : 2009. 6. 28. 산사 음악제(장사익)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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