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적.

해.

홍률 2009. 12. 24. 17:54

 

 

 

겨울 햇볕

따라서

담장 밑에 앉았다가 건물 측벽에 기대어 앉는다.

양 팔은 깍지 끼고서

눈은 그늘 끝을 쫒는다.

 

아이는

오후

떠 도는 해와 할아비의 수염을 본다

마른 입가에 침이 흘러

소매는 축축하다.

 

잔뜩 껴 입은 여러 겹의 옷이

아이는 근지럽다

오줌은 마려운데 할아비의 팔목은 풀리지를 않고

졸음은 눈 껍풀과 코 골음으로

아이와 씨름한다.

 

울음 직전의

안간힘이

아이에게 뻗칠때 얼른

해는 떨어져

졸고 있는 눈을 띄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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