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에게는 한 갑자(甲子)에 못 이른 세월이 있습니다.
태어나고 돌아감이 계절의 순환만큼이나 스스로 그러할진대
순리에 따르지 못한 억지의 인생길은 차라리 서른입니다.
병고의 아픔은 슬픔이며 부모의 이변은 자식의 회한입니다.
병든 부모형제의 애환은 하늘의 별도 마다하지 않고 따다 바치고픈 골육지정 이겠습니다.
제이는 이 시간 슬픔에 젖어있고
우리는 어쩌 하지도 못 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친구의 시름을 나누면서 같이 조바심칩니다.
모두의 기억 속에 제이의 어머님은 조용하고 인자했으며 키는 작아 조그마하셨어도 웃음은 늘 환 하셨습니다.
뵈온 지가 오래되었어도 그때가 엊그제 같이
종달이 높이 떠 나는 땅둥의 돌담 밖 보리밭 이랑 너머의 그리운 얼굴입니다.
지금도 조용한 웃음은 변함없으련만 병마의 고통이 고운미소를 앗아가지 마시기를 하늘에 빌고 빕니다.
제이는 인내하고 있고 어머님은 급성 뇌경색으로 구리 한양대 병원 중환자실에 계십니다.
하루 두 차례의 면회는 가족들의 몫이니 외부인은 병문 환도 아니 될 것 같습니다.
우리 친구들은 제이의 염려에 용기를 주고
어머님의 평안한 쾌유와 따스한 햇빛, 봄날의 화사한 꽃잎을 드리고 싶습니다.
일어나셔서 뵈올 수 있는 기회를 저희들에게 주시기 바랍니다.
한 갑자(甲子)에 다가가는 세월이 있어 어머님을 기억하고 반추하며 병마에 가슴 아파합니다.
이 시기 흑 매화가 잔설 속에 필 것입니다. 금년에도 검붉은 꽃잎을 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어머님 ㅡ
흑매는 그립고, 진정 아름답습니다.
메모 : 2010. 1. 12. 그 시절의 그리운 얼굴, 병고의 서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