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순응.

홍률 2010. 9. 7. 04:04

 

 

 

예전에는 지나쳤던 아주 작은 꽃잎 파리도 이제는 곱고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음이 무척이나 놀랍고 신비해

그저 이 모든 것이 지속되면서 내게로 변화하는 마음이면 싶습니다.

아직은 내 손으로 심고 가꾸는 그런 단계는 아니지만 그저 꽃을 바라볼 수 있음이 감사할 뿐입니다.

 

육신도 마찬가지 입니다.

젊은 날, 해 준 것 없이 함부로 굴리고 내동 덩이 치며 무수한 날을 지나왔고

무엇이 어여뻐, 마시고 자시며 험하게 부러 먹었는지 자성의 회한은 머리카락이 반백인 지금

내 껍데기이지만 미안하고 송구스러워 먼 허공의 구름만 쳐다봅니다.

 

자연의 이치가 순응하며 살라했으면 순응하며 살겠습니다.

적응이 늦어 많은 시간이 요구되고 소요된다 해도 이제는 그렇게 살기를 다짐하고 스스로를 다잡겠습니다.

맑은 물이 이처럼 소중하고

녹음진 숲길이 저리도 아름다울 진데

한갓 돼먹지 못한 나약한 인생이 제자리도 찾지 못한 채 세상을 서성이는 건 순응하지 못한 어리석음이라 여기겠습니다.

 

이제 늦은 달빛이 지면 새벽으로 여명이 찾아들고

새소리 골짜기 따라 울려 퍼져 이슬 먹은 꽃망울 어느새 피어날 것입니다.

늘 떠오르는 몰 고리 찔레꽃 향기도 다시금 그때처럼 향기롭게 물들일 거고 윤도산 자주색 정금 밭도 익어갈 것입니다.

향수는 귀소본능으로 치달으지만 이제 마음은 더 무거워져야 하고 바라보는 꽃도 더 가냘퍼져야 합니다.

 

문득 만난 함양이 고향인 사람에게서 혈색 좋은 낯빛을 보았고

물안개 피어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가는 그 골짜기의 기억을 떠올리는 오랜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깊고 높은 산 아래 수수밭 고랑 몇 개인 골짜기

졸졸 흐르는 물소리, 뿌연 새벽의 김서린 냇가, 소나무 옆가지 꺾어 만들어진 다리 그래서 항상 배어나던 시절의 낯선 향기가

함양의 그 사내에게서 느껴지고 이야기 이어져 순응의 이치도 자연 안에 있음을 다시 일깨웠습니다.

 

받지 않아도 될 손목밴드를 받은 까닭은 오늘을 잊지 않기 위함이요 이렇게 시간을 만들어 가는 것은 순응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세상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오늘은 태양부활의 축제일.  (0) 2010.12.22
[스크랩] 추석연휴.  (0) 2010.09.26
여우 비.  (0) 2010.08.29
남아공 월드컵 8강은 욕심일까.  (0) 2010.06.23
패배.  (0) 2010.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