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초여름 밤

홍률 2015. 6. 13. 12:16

 

 

 

ㅣ  초여름 밤

 

 

2014. 6. 16

 

밖에서 저녁을 하고 집에 들기가 너무 선선한 여름밤의 초입,

시원한 물가라도 보고 싶었다.

 

워커힐이 마주 보이는 강변을 지나면서

해 그림자에 어둑해지는 강 그림들이 너무나 아름다워

초하의 밤은 가슴부터 차오르고 있었다.

 

팔당을 거슬러 증내리 정류장에서 바라보이는 호반의 좌우,

느린 숲에 지형들과 산기슭의 엉클어진 나무 수변 풍경은

한 마리 물새되어 그 속에 파묻히고 싶은 수묵의 풍광이었다.

 

밤을 맞이하는 도로는 조금은 한적하고

어느 몇 채의 한옥이 불을 밝히고 있는 주차장은,

차와 사람들이 시장통에 와있는 것처럼 이 시간에도 북적이고 있었다.

 

전통차와 이제는 커피.

그리고 고기를 파는 한옥 가인데,

전통 정원과

세심한 곳까지 손이 많이 간 설계자의 장인정신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

 

안에서 뜰을 바라보고,

뒤꼍에 나와.

 

툇마루의 열린 뒷문과

토방이 바라보이는 방안의 살림살이 앞문이 열린

두 문의 일치된 사각의 그림틀 같은 공간에서

앞마당 풍경을 보면서

딸아이에게 한옥설계의 우수성을 이야기해 주었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기거하는 곳.

그런 사상이 깃들어 있는 곳.

 

와가이든

초가이든

박피이든

 

바람이 지나가고

꽃과 풀의 향기가 머물고

온화한 아궁이 연기가 감싸고 있는

사람 사는 집.

 

뭐 대충 그런 이야기였다.

 

그리고서 이런 뜰악의 밤이 왠지 좋고

달이 오르면서 상승하는 기분 또한

초여름밤의 감흥으로 벅차올랐다.

 

늦지 않으려 귀가를 서둘렸는데 팔당에 흐르는 물결은

강가 양쪽에 흐르는 자동차 물결과도 일맥상통하여 밤의 풍경이 되었다.

 

어두웠지만 사진이 있었다.

아름다운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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