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1
당신은 당신이 한창 꽃 피웠던 시절,
당신의 결혼식이 생각나지 않습니까.
고군산군도 대장도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친구들의 인상을 이야기하다 결혼식 사진 속의 그 시절을 떠올리며 모두 깔깔거리며 웃었습니다.
우리 친구들의 인상들이 결코 좋지는 않다 그런 투 였는데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오늘 그 이야기가 생각나 젊은 그때의 사진을 다시금 보니 앳된 얼굴도 있고 호남형도 있어 그저 평범한 한 무리의 친구 집단일 뿐입니다.
나는 영전에서 사라진지 18년 만에 구혼식을 치른 사람입니다. 물론 나 이후에 아직까지 구혼식을 영전에서 치른 사람은 없기도 합니다마는.....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정월초 이튿날 밤!
친구들하고 집안 형제들과 동네 선, 후배 청년들이 나의 결혼식 전야제를 집에서 성대히 치러주었습니다.
철을 치고 영전 밴드의 음악에 맞춰 노래와 춤을 추면서 술을 마셨습니다.
수호랑 둘이서 서구 정에서 꺾어온 동백나무로 만든 개집 화환도 목에 걸어 보았으며 장작불이 타오르는 드럼 통가에서 동생들과 행복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고생만 시키는 집사람에게 드레스 한번 입혀보지 못하고 내 생각대로 구혼식을 치렀지 않았나 싶어 미안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영전에서 18년 만에 치러진 구혼식이었던 만큼 온 동네가 떠들썩했습니다.
아버님이 안 계셨던 탓에 친구분이셨던 방심이 아버님은 전야제도, 이튿날 결혼식도 모두 주관해 주셨습니다. 비록 사진 속에는 없지만 큰방에서 아버님 친구 어르신들과 초저녁 술상을 같이 하면서 따뜻하게 축하해 주셨습니다.
엉거주춤한 화원이의 춤추는 모습입니다.
언제나 생각나는 친구!
나의 형입니다.
가장 많이 싸웠고 가장 가까웠으며 가장 곤죽이 잘 맞았습니다. 이제는 그리운 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서로 지켜보는 은하수 저편의 얼굴입니다.
온화한 그리움이 그를 감싸 안습니다.
안녕!
나의 형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