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2
각자의 앨범 속에서 빛바랜 사진으로 잊혀 가는 자신들의 결혼식 사진을 소개해 주기를 바라면서 어제에 이어 오늘은 나의 결혼식 풍경을 올립니다.
사진을 꺼내 보면서 왈칵 쏟아지는 그리움은 역시 정다운 얼굴들이었습니다.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옛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들이 다 생각나고 그립습니다.
정월 초삼일.
나의 혼례식 날이다.
이 사진을 볼 때마다 신부에게 미안한 것은
해남읍이나 남창에서 신부화장을 하게 할 것을 영전 아줌마들에게 신부화장을 맡겼다는 것이다.
그날의 신부로써 더 고왔을 얼굴을 망쳤다고 후에 이야기하는 집사람의 원망을 들어야 했다.
신부의 들러리는 상훈, 인석이 두 친구의 부인들로써 작은집에서 신부화장을 마치고 꽃가마 대신 꽃 경운기를 타고 신부가 혼례를 치르기 위해 집으로 오는데 재영이가 경운기 운전을 하고 있다.
신랑의 우인이란 놈들이 신랑을 혼자 놔두고 신부한테 가버려서 신랑은 동네 후 베놈들이 리어카에 태워 장난치다가 우인들이 종길이 아베한테 혼나고서야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신랑 우인들의 폼이다.
중방은 우리 집과 인연이 있는지 영신이가 했다.
큰 형님과 둘째 형님 중방도 영신이 아버님이 하셨다고 본인이 직접 말씀하셨다.
중방이 괜히 몽니를 부리면서 술상을 몇 차례 받자 또다시 종길이 아베가 영신이(중방)를 혼례상 앞으로 끌어 가고 있다.
이윽고 혼례를 시작하기 위하여 조카인 한철이가 청수를 나르고 있다.
혼례식이 아니라 일종의 코미디극 같은 다양한 웃음거리들이 요소요소에서 터졌다.
이불 값을 달라며 매형이 진입하자 병채, 지호, 명호가 달려들어 흥정을 하고 있다.
방심 아버님이 혼례를 집도하고
병대가 사회를 보았다.
영신이가 혼 상위의 기러기를 들고 와 신랑 절을 방해하고 있다.
혼상 양옆에 재물로 놓아둔 닭 두 마리를 달라는 것이다. 결국 닭 두마리를 영신이가 끈으로 허리에 차고 절을 올리려는 찰나에 병 채가 닭을 한 마리씩 나눠 갔자며 신랑의 허리띠를 잡아 다녀 바지가 흘러내리자 영신이가 한 마리를 넘겨주고 나서야 신랑 신부 맞절을 할 수 있었다.
옛사람들의 정다운 얼굴들이 다 있다.
유석이 할머니
재영이 할머니
차부 둘째 숙모님
익재 어머니
종표 어머니
병복 어머니
정말 그립습니다.
이때는 훗날 하얀 면사포에 사진관 드레스라도 입혀 주마 마음속으로 다짐했는데 아직까지 그러지를 못했다.
인생의 덧없음이여.
나의 영원한 가족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렇게 앳되고 멋진 산적과 해적들을 당신들은 본 적이 있습니까?
왜 우리 친구들을 해적들 같은 인상파라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멋진 사내들이여,
우리 건강하자 그리고 이대로만 살자.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