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29
어제는 도지기가 서울을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차가운 비
옷깃을 때리는 바람
삭막하게 울부짖는 대기
그렇게 내리치는 도지기는 대자연의 심판자가 되어
숭고한 지혜의 계절인 겨울을 순탄하게 맞이하고자 남은 쭉쟁이들을 쓸어내고 있습니다.
도지기는 어릴 적 영전 어르신들이 가을 걸이를 할 적에 모질게 쏟아지는 비와 바람을 일컬어 도지기 지나간다고 했습니다.
굳이 알기쉽게 말하면 숙살비라 할까요.
자연의 순리에 역행하는 생태계의 척살, 즉 순환의 고리를 원활히 하기 위해
열매를 맺는 꽃이 봄이 아닌 가을에 핀다든가
뒤늦게 알곡을 맺기 위해 쭉쟁이가 솟는다는 가 하는 순리에 어긋나는 일을 막고자
우박과 서리를 뿌리고 비와 바람을 일으켜 잠재우는 것입니다.
늦가을에 모질게 쏟아지는 비와 바람을 고향 어른들은 도지기라 했습니다.
이제 2주 후면 여행을 갑니다.
오늘 날씨는 너무 차갑지요.
보도 위로 뒹구는 낙엽이 쓸쓸하게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고엽을 밟으며 누군가와 대화하며 훌쩍 떠나고 싶은 심정으로 사색의 장을 상상해 보십시오.
낭만입니다.
별이 돋는 밤
동해의 파도소리는 귓가로 파고드는데
따뜻한 매운탕 냄비에 보글거리는 찌개와 기울이는 술잔, 왁자한 웃음소리는 가는 밤의 행복이 아닐까요.
어릴 적 동무는 우리들의 언어로써 구수한 사투리를 남발하며 서로를 보듬어 감싸 안아주면서 가는 세월의 질곡을 공유할 것입니다.
가을밤입니다.
세월이 가져다준 무거운 어깨를 동무에게 기대며 서로의 마음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그런 밤이고 싶은 여행이기를 희망하면서 기다려집니다.
날씨가 차갑더라도
붉은 단풍이 낙엽 되어 가지만 남은 나무 아래 쓸쓸히 뒹굴지라도
우리는 만나서 히히덕거리며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를 나누고 싶습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