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2. 4
시월상달이 가고
얼마 있지 않으면 동짓달이 돌아옵니다.
이때는 밥상이 푸짐하여
기름기 자르르한 햅쌀밥에
디퍼리 둥둥 떠있는 시래깃국이 구수한 냄새를 풍기고
무시에 갈치조림은 실하기만 해 달짝지근하고
와삭하니 베어 먹는 싱건지는
막걸리 맛을 한층 돋우고
무시 생채에 전애 무침회는 한 볼때기 거침없이 맛나게도 달큼했습니다.
지절이 시제도 끝나고
건장에 쓰일 나람을 엮으면서
더러는 골목마다 이웃끼리 월편 떡도 해 먹고
끼리끼리 계가리도 하면서
한겨울의 해우 발 채비를 준비했더랬습니다.
왠지 쓸쓸하고
한편으로는 넉넉한 가슴이 밤하늘을 수놓습니다.
골목을 굽이돌면
차가운 대기에 달빛은 유난히 밝아
잎진 감나무 그림자 위로 별빛도 속삭입니다.
그대여 누구를 만나러 그렇게 바삐 가시나요
저곳에 님이 있는 것 같아 마실을 나왔어요.
술과 달의 연인 이백의 시 2수
추포가 13
맑은 물에는
흰 달 뜨고
달빛 휘저어
백로 나는 밤
사나이는 듣고 있다
마름 열매 따는 계집들이
돌아가며 부르는
노랫소리를
*
추포가 14
용광로의 불은
천지를 비춰
푸른 연기 속에서
흩어지는 붉은 별들
낭군은 거기서 일한다.
달이 밝은 밤
그의 노래
찬 냇물을 움직일 듯 들려온다
스잔하니 초겨울 비가 온종일 추적입니다
싫지 않는 비
그러나 달이 없는 시월의 밤이 너무 어두워
비는 짜증으로 돌아섭니다.
굳세워질 수 없나요?
밤에 내리는 비는 사나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어디를 가는지
무엇을 애타게 찾는지
어떻게 머무를 것인지
나는 알지를 못합니다.
어느 때부턴가가 방향을 잊어버리고
헤매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온전함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사고의 전환을 꾀해보기도 하고
행동의 변화를 시도도 해 봤지만
깊은 나락의 늪으로 빠져드는 심연을 어쩔 수 없어
아침 이슬의 부질없는 반짝임에
그 생명을 맡기기로 하였습니다.
최선의 삶이 같이 더불어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두는 동분서주합니다.
남한의 대통령도
북한의 위원장도
우리 모두 추구하는 목표는 하나입니다.
평화로운 세상 ㅡ
좀 있으면 어떻고
또 없으면 어떻습니까
경계의 선이 그어지지만 않는다면
함께하는 발걸음이 무척 가벼울 겁니다.
無는 有를 낳고
有는 無를 추구합니다.
공허는 허공입니다.
마음이 머문 곳에
비가 지나가
별도 없는 어둠이 슬픔처럼 내려
안타깝게도 돌아서는 발걸음
언제 다시 또 찾아지려나
이 질곡의 연민을
그래도
떠나지 않는 그 마음 알기에
어둠 속에서도 꿈틀거리는
만나 질 거란 기대가 늦은 밤을 서성이고
항상 있었던 자리
그 웃음소리
잊히지 않는 모습으로 떠올라
어디에서 잠 못 이루나
그렇지는 않겠지
그냥의 밤으로 모든 날이 변함없었으면
하고
바라는 이 심정이
이슬 내리는 달빛에도
이토록 간절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