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2. 15
남녀 아홉 이서 결혼식장에서 나와 허름한 지하 카페로 우르르 내려갔다.
칸막이 탁자에는 안주와 소주가 들어가고 홀 중앙 원탁에는 다방커피와 아메리카노가 나왔다.
금보 정단이누나는 나이가 들었어도 지금 상당히 곱다.
*
"그랑께야 그놈이 꼭 그래 야이 ㅡ
누가 말하믄 아직 말도 안 끝났는디 똑 잘라 불고 지 나발만 불고 지랄이라니께"
"이잉 ㅡ
그 거이 싸가지여 못 데쳐 묵어 갓 고 넘의 말은 안 듣고 지말만 씨 부러 되니까 고것이 무식한 것이라니께
그러놓고는 지 잘났다고 혼자서만 개거품물고서 넘보고 지 말 안드러준다꼬 시비나 걸고 말이야"
"그새끼 만나면 한번이라도 조케 헤어진적이 업단께로
술 맷잔에 훅 가부러갓고 그때부턴 이놈 저 놈 하면서 혼자서 분위기 잡친단께"
"아야 고만들 하자야
그맘만해도 오늘 안나와쓴께 이럭케라도 분위기조케 야그하고잇제 만일 나와쓰면오늘 또 누군가는 밥이 되부러쓸것인디"
"워메 그럭쿠마이 오늘은 웃으면서 이 앨마나 좃냐이 ㅡ
그래도 안보니께 보고싶다야 만일 나와쓰면 이 자리 끝나고 노래방 가자고 해쓸것인디
뺑뺑이 돈다고 허리춤이나 젖가슴 쪼물럭거리고 ㅎㅎ"
ㅎㅎ 쪼물럭거리는건 아무것도 아닌디
그 뺑뺑이 돌린다꼬 발 동동거리면서 요물떠는것 보면 참말로 웃긴 짜장이랑께"
"그란께 한번은 영술이한테 디지게 혼나부럿제 춤을 출라면 좀 배워갓꼬 추든가 그냥 파트너를 따라가든가 해야지
엉거주춤해갓꼬 침이나 질질흘림시롱 넙덕끼고 어디고 젖탱이나 쪼물락거리니께 보기 창피스럽다고 얼매나 쫑코맥인지 아러야 ㅡ"
"잉 그랬을 것이여 영술이가 얼매나 춤을 잘 추는디 ㅡ 그라고 신사여 매너가 끝내준닷께 춤이 그냥 매끈허제
그란디 그새끼는 징하게도 발켜싼께 갈내들이 손잡아 주지 않을것가튼디도 어따 언제그라디
발 동동거리면서 요물떨면은 갈내들이 몸뚱이를 맥낀당께"
"ㅎㅎ 아니께 그라제 안다는 것이 뭐시간디
쪼물럭거리든 동동거리든 술 드러간 기분으로 그렇게 그냥 노는것이 그답지 안허디
항상 그래싼께 그러려니 하는 것이제 ㅡ"
"좌우지간 오늘 안 와부러갓꼬 귓구먹이 갠질갠질할것이여
그란디 느그 양포하고 영전것들은 해우건장앞에서 막 만나고 그랬담시로 쬐끔했을때에 ㅡ"
"와 ㅡ따아 ㅡ 또 해우건장 야기 나오냐
안돠것다 우리 일어서자 저 거시기 니는 여의도 한 탕 더있다했제 끄람 니는 그기로 가고
니랑니는 우리랑 같이 신철리로 가서 아예 허리끈 끌러노꼬 한잔 더 하자"
"그라쟈, 아직 삘간 낮인디 맹숭맹숭 쪼개지는건 그라고 그란께 신철리로 가드라고이 ㅡ"
*
아까부터 칸막이 옆 자석 아주머니 두 분께서 자기들 대화는 중지하고 옆 칸막이 술자리와 중앙 원탁에 두기를 쫑긋하고
서로 마주 보며 웃다가 이해가 안 되면 주인 여자를 불러 뭐라고 소곤거리다 입 가리고 웃곤 하였다.
아마 전라민국의 언어가 익숙지 않아서 주인 여자에게 통역을 요청하는 것 같다.
친구끼리 만나면 다 그러는 것일까?
우리도 만나서 우리끼리는 아무런 의식 없이 주고받는 말이 제삼자의 귀로는 이해하기 어렵고
아는 사람끼리 싸우는 것도 아니면서 목소리 크게 내지르고
뒷담 화하면서 친구를 헐뜯는 것도 아니면서 욕하고 낄낄거리며 그저 정답게 이야기한다.
아리송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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