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은 떠 오르고.

세월

홍률 2021. 9. 21. 17:48

 

 

2019. 6. 11

 

 

 

나무를 기부받아(2013년) 터널길을 조성한다던 양재천 둑길은

어느덧 수 십 년이 지나 이제는 숲이 되어 하늘을 가린 숲길이 되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무심한 세월!

오늘도 십여 km를 걸으면서 새삼스레 눈에 들어오는 풍경들이 너무 좋아 폰에 담아본다.

 

매일같이 걸었던 길.

오늘따라 흐른 날씨에 기온은 선선해서 걸음이 더딘 까닭으로 해서

평소에 지나쳐 버리던 구간과 눈에 익은 나무들이 친근하기만 하다.

 

검게 익은 오디들이 무수히 떨어지는 산뽕나무.

 

봄날,

그렇게 화사했던 왕벚나무의 벚꽃들은 지고 

이제는 바닥에 떨어져 얼룩을 남기는 잘 익은 버찌들이 바람에 갈리운 우박처럼

경계석 한편으로 휘몰아쳐 초하의 숲 속 길을 마중하고 있음이다.

 

밤꽃도 피어 가지는 늘어지고.....

 

다정히 손을 잡고 산책길에 나선 노부부,

벤치에 앉아 휘늘어진 버드나무를 바라보며 친구와 다정스레 속삭이는 중년의 여인들.

 

녹음 가득한 유월의 오후는 몹시도 평화롭다.

 

 

 

 

모가 땅심을 얻어 무척이나 건강하다.

 

바닥에 이끼들이 생겨나고 잡풀들이 솟아나니

어느 해처럼 또 우렁이를 넣어 우렁이농법으로 아이들을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

 

사실 서울 도심에서 벼농사를 짓는 과정을 체험한다는 것은 축복이다.

 

지금은 우렁이를 넣지만,

벼가 조금 더 자라면 논둑으로 그물을 치고 오리를 방목한다.

벼이삭이 패면 멋쟁이 허수아비가 깡통을 달랑이면서 새를 쫓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부른다.

서울 다웁 게 허수아비 옷도 나이키이다.

삶은 그냥 살아가는 것 같아도 다양성에서 오는 체험의 연속성상이다.

 

본성에 의한 본질의 이해가

사람으로 살아가는 깊이를 더해줄 것이다.

 

 

 

 

 

늘어진 버드나무

짝 잃은 외 두루미

어디선가 쏟아지는 물줄기

 

양재천은 건강하게 이어지고

나는 매일을 걷는다

 

무의미해지는 생명의 연장

잠 못 이루는 오늘 밤도 조각달은 떠 있다

 

마냥 세월만 가라 할 건가

저 숲길에 신록이 있는데

 

그토록의

푸르름이 있는데

 

...............

 

 

 

 

 

 

 

 

 

'시절은 떠 오르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형제  (0) 2021.09.26
혹시나 하는 것  (0) 2021.09.26
눈 내리는 밤  (0) 2019.01.04
소 띠끼기  (0) 2018.10.06
샛걸이  (0) 2018.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