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가.

3107311.

홍률 2011. 7. 13. 17:08

 

 

3107311.

네가 머무른

네 넋의 안식처이다.

 

육신은 태워져 넋이 되고

넋은

네가 살던 동네

부곡동의 한적한 하늘공원

낮으막한 야외 납골당

3107311

그곳에 너는 가 있다.

 

젊고 젊은 나이에

무엇에 쫓기어 그리도 빨리 이생을 떠났나

남아있는 사람들의 통곡이 하늘을 울리는데

들었는가

정녕 슬픔이구나.

 

꽃이 피고

비가 내려도 웃는 얼굴 볼 수 없고.

 

붉은 단풍 곱게 물들어 바람과 함께 마주 살랑 일 때도

들녘이 온통 하얀 눈 속에 파묻혀 세상이 하나같이 변하여도

나는 더 이상 너를 볼 수가 없다.

 

이제 우리 늙어가고

너도 따라 반백으로 서로 술잔 나누면은

그 아니 좋을쏜가

늦으막의 기대마저 이렇게도 외면하는구나

멀리 가버린 무정한 조카여.

 

분향명 촉,

향불 피어 촛불 밝히고

맑은술 너의 단에 올리니 너 또한 욕 되지 아니한가

찢어지는 가슴 불덩이 되어

이렇게 쏟아진다.

 

가라

가서 네 아버님 뵈옵고

둘이서 바라보는 이생의 사람들에게 더 이상의 슬픔일랑 거두어 다오.

애통해하고,

그리워하는 속된 미련에

웃음으로 보내는 모든 날이 되도록

그렇게 바라봐 다오.

 

구름처럼 떠돌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드는 소나기 마냥

그런 곳은 싫어라

네가 있는 그곳은 꽃피고 새 우는 무릉도원

복숭아 향기 가득한 근심 걱정 없는 복사꽃 피는 곳이었으면 한다.

내 사랑했던 조카여 ㅡ

 

 

 

 

 

 

'만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떠나보내며  (0) 2013.06.28
마지막 토요일.  (0) 2011.07.20
처제.  (0) 2010.09.14
故 한주호 준위의 명복을 빕니다.  (0) 2010.03.31
무소유 법정.  (0) 2010.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