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16
그렇게 가는가
항상 나누던 인사는 이제 없고
영전에 가면 이제, 누구랑 차를 마시지
그래도 말벗이라도 있었는데
더욱 쓸쓸한 고향이 되겠구나
무심하여라.
가는 길에 술이라도 따르고 싶었다.
향불은 가늘게 흐느적거리고
반백의 웃는 얼굴은 눈길을 붙잡아
이 노릇을 어찌한단 말인가.
초저녁이면 무덤 속에 묻혀버린 마을
달빛이 괴괴하게 자정을 지날 때
잠 못 드는 영전 땅!
무턱대고 청지골 찾아 가면
꿈결에서도 나를 반겼지.
보이차 끊여가며
안방의 잔소리 들어가며
여명이 올 때까지
그렇게 지새운 밤도 많았었는데
어제는 자네 잔에 맑은술을 따랐네.
몇 해 전에 옥채를 보내고서
선창에서 하늘길을, 수 없이 불렀는데
이제 다시 자네 마저 그 길로 들어섰는가
허무한 심사여
몹시도 안타깝구나.
그래도 그러하도록 해야지
이제 와 어쩌겠는가
있다가 없어졌는데
형체가 없다고 끝맺음은 아닐 터
무위와 유이가 내 안에 있는데
자네 또한 있다가 없는 거고
없다가 있는 것 같이
수시로 나타나 위안이 되겠지.
도문과 법조도 법복으로 형제를 보내는 모습이
사람다워 보였다네.
세속의 연이 생사의 문답 아니겠는가.
♬
재권이를 보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