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4. 19
달과 술의 연인 이 백의 시 2수
ㅣ 낙화(落花)에 묻혀서
술을 마시다 보니
어느덧 날이 어둡고
옷자락에 수북이
쌓인 낙화여!
취한 걸음, 시냇물의
달 밟고 돌아갈 제
새도 사람도 없이
나 혼자 로라.
자견 自遣
대주불각명 對酒不覺暝
낙화영아의 落花盈我衣
취기보계월 醉起步溪月
조환인역희 鳥還人亦稀
*
원제는 자견(自遣).
스스로 저를 위안하는 것.
날이 어두운 것도,
낙화가 오지랖에 수북이 쌓이는 것도 잊고
술을 마신 풍류, 그리하여 새소리도 끊어지고 인기척도 드문 시내 따라 난 길을
비틀대는 걸음으로 달빛을 밟고 돌아가는 사람!
오언절구(五言絶句)는 자연스러운 정을 담되,
말은 짧으나 뜻은 길어서 함축 부진(含蓄不盡)의 맛이 있어야 하나니,
이백으로 으뜸을 삼음이 까닭 있다 하겠다.
ㅣ 정야(靜夜)
침상(寢牀) 앞에
달빛이 밝다
서리라도
내린 듯
고개를 드니
산에 달이 걸리고
눈에 삼삼이는 고향.....
나는 그만
머리를 숙인다.
정야사 靜夜思
상전명월광 牀前明月光
의시지상상 疑是地上霜
거두망산월 擧頭望山月
저두사고향 低頭思故鄕
*
고향을 생각하고 잠을 못 이루어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다가, 문득 보노니 뜰을 뒤덮은 이 어인 흰 서리 이뇨.
이윽고, 고개를 쳐들어 산에 걸린 달을 보고야 그것이 서리 아닌 달빛임을 알았으되,
나그네의 시름은 더욱 진정할 길 없어 다시 고개 숙여 향수에 잠기노니......
저절로 된 듯한 시다.
쉬운 말에다 나오는 동작은 머리를 들고 숙이는 그것뿐이지만 무한한 감회가 서림은,
진솔이 때로 기교를 능가하기 때문이다.
'시는 언 지(言志)다' 하는 고래(古來)의 시관(詩觀)은 이런 것을 말함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