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27
어제는 비가 내렸습니다.
모처럼만에 단비였는데 스쳐가는 인연처럼 지나가는 비였습니다.
야속한 님 같이도 흡족하지 못한 수량이었지만 덕분에 하늘은 맑고 대기는 깨끗합니다.
바람이 살랑이네요.
나무 그늘 아래 야외 탁자에 앉아 생각을 내려놓습니다.
무심은 유월의 햇살에 파묻혀 나른하기만 합니다. 신록이 싱그럽습니다.
이 시간, 당신은 무얼 하는지
아름다운 오전의 한 나절을 붙들고 싶도록,
나뭇잎은 가볍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나름의 세계는 허공을 휘젓습니다.
당신은 눈감으면 무엇이 비치나요.
숲 속의 평화가 있고,
거리의 군상들이 모처럼의 웃음으로,
꽃잎은 화사합니다.
이렇게 바람은 살랑이는데,
변화는 급하지 않게 새벽의 여명처럼 푸르스름하게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당신의 가슴도 따뜻해지겠지요.
어차피 바꿔지는 세상이 왔습니다.
사람들은 제 각각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혼자서,
둘이서,
아니면 여럿이서,
그 무리 속에 나를 넣고 싶습니다.
몸부림치도록 섞이고 싶습니다.
비둘기 한 마리가 가지에 앉아 아까부터 나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날아가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네요.
내가 그를 바라보듯
그도 나를 바라봅니다.
그렇게 누군가 바라보면서
그렇게 누군가 생각하면서
그렇게 누군가 사랑하면서
예전의 세상으로 내 의식을 되돌리고 싶습니다.
오늘 오전처럼 이렇게
햇빛이 좋고 바람이 살랑일 때
갑자기 일어나는 감흥처럼
내 밑바닥의 어두운 그 어느 곳 에선가부터 파고가 일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오전은 무척 좋은 날로 여겨집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