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봄비

홍률 2018. 3. 21. 01:31

 

 

 

 

2018. 3. 16

 



오늘도 비가 내렸습니다.
봄비입니다.
회색 빛 도시의 거리 위로 안개 같이 다가와 이슬처럼 젖어듭니다.
봄비!
상쾌한 바람이 이네요.
무엇인가 꿈틀거리는 오늘입니다.

경이로운 생명의 움 틈이 느껴지면서 겨우내 메말랐던 화단의 흙들이 검게 젖었습니다.
바라보는 가슴도 비에 물들어, 흠뻑 젖어듭니다.
기대되는 건 앞으로 펼쳐질 연초록의 풍경과
봄바람 살랑이는 아름다운 꽃들의 환희입니다.

우산을 쓰고 거리를 걷습니다.
건강하지 못한 걸음걸이라 천천히 가는데도 옆사람과 속도가 같네요.
아마 그 사람도 나와 같은 감성으로 봄비를 즐기나 봅니다.
봄비는 박인수의 '그 사람'까지 떠오르게 합니다.
노래꾼인 그의 매혹적인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고 다소 경쾌하기까지 한 곡조에 비해 우스와 비애에 젖어든 노랫소리는

우산 속의 나를 한없이 걷게 합니다.

누군가를 향한 봄의 설렘은 이제 없습니다.
그저, 순환의 법칙으로 자연의 혜택을 감사히 여길뿐이지요.
생동하는 대지의 용트림을 오늘 보았습니다.
광주 형님을 배웅하면서 가벼운 마음인 것을 보내 드리고 난 다음에야 안 것과 같이
관계의 구성 속에서 형제와 친구는 동질입니다.
정인과는 사뭇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무겁지 않은 소소로움이 정겹게 느껴지네요.
믿음 일 겁니다.

더욱 가렵고 쉽게 피곤해지는 요즘이지만
이렇게 비라도 와주면 기분은 덧없이 좋아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쁜가요?
거리의 모습들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떨구어지는 혼자가 아닌,
뒤섞여 버무린 모두 속에서 그 안에 든 나를 찾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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