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 24
추석 명절이다.
성화가 산소에 다녀왔단다.
조상님 뵈올 낯이 없다.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중추 지절,
추석명절에 넉넉하고 풍성한 마음으로
고향도 가고 성묘도 하면서 떨어져 있던 가족들과 오랜만에 웃음 가득한 이야기들을 나누어야 하는데 이렇게 창가로 달려들어오는 햇살을 바라보며 먼 풍경만 응시하고 있음이다.
하늘이 너무 맑다.
북한산
남산
도봉산
손짓하며 부르는 연인같이
티 없이 맑은 하늘과 시내의 산뜻한 건물들이 참으로 아름답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오고 더구나 오늘은 추석,
서울의 하늘과 도시의 풍광이 이렇게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기란 실로 오랜만인 것 같다.
땡벌도 고운 햇살에 살짝 졸고
화단에 국화가 꽃봉오리를 틀고 있다.
공원보다 잘 가꾸어진 동산 밑 숲길,
운동삼아 매번 다녀보지만 오늘은 왠지 모르게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선다.
미래의학관 뒤편으로 단아한 롯데타워가 보인다.
양재천에서도
가영이 가게 뉘앙스에 갈 때도 항시 보여 서울의 상징이라 여겼었는데 오늘은 더 친근해 보인다.
옆 침대의 부산 할아버지가 햇살을 받으며 2시간 가까이 한자리에서 볕을 쬐고 있다.
무릎까지 올리고 팔소매도 걷어 부치신 채 작정하고 나오신 것 같다.
엊저녁에는 손자한테 전화하면서 지방 쓰는 법을 상세히 가르쳐주시는데 역시 집안 교육은 조부에서 손자로 이어지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
*
이곳에 무어 있어서
이렇게 누워있나
아무것 없다
그저 잠 못 이루는 여러 밤이 있을 뿐
무엇 때문에,
참을 수 없는 고통이라서
.....
그래
오늘같이 하늘도 보고
절에 갔다 와
둘째 딸 보고 온 아내와 큰딸처럼
언제나 소소한 일상으로
그렇게 살았으면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