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형제의 우애.

홍률 2011. 2. 6. 15:17

 

 

어느 친구의 이야기.

 

평상시, 술만 취하면 시골의 두 매형 (현석, 동식)에게

시간과 상간 없이 밤중이나 새벽이 고간에 전화를 해대는 버릇이 있는 영신이다.

그날도 거나하게 취해 12시가 넘어서야 집에 와 잠자리에 들자니 쉬 잠이 올리 만무다.

버릇대로 전화기를 붙잡고 현산 동식이 매형께 전화를 하니 잠에서 깨어난 누님께서 얼른 매형의 거처를 알려 주셨다.

그렇지 않으면 밤새 전화를 해 대니, 일찍 히 그 성질을 알고 있는 터여서

[지금 시등 무슨 점방에서 재끼하고 있을 것이다, 오늘은 휴대전화도 가지고 갔으니까 너희 매형하고 직접 통화 하그라]

하고 소상히도 알려 주며 부리나케 전화를 끊었다. 통화에 시달리지 않고 편히 자기 위해서다.

 

취한 영신이

그에게는 사춘간 이지만 두형이 있었다 그런데,

큰집(백부)의 형들인데 큰형은 돌아가셨고 둘째는 동갑으로 집안의 동생들은 영신이를 더 의지하고 따랐다.

그런 연유로 집안의 대소사에 자연 영신이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것이 없고 마음고생이 다른 형제들보다 더했다.

그에게는 손위 세분의 누님이 계시는데 사촌간이지만 매형들과의 우애가 돈독했다.

두분 백부님의 각각의 누님들인데 장남인 그는 친누이가 없어 그랬는지 몰라도 매형들께 끔찍이도 대했으며

세분 매형들도 그를 어지간히 좋아했다.

 

시등 점방에서 재끼를 하던 동식이 매형은 한창 끗발이 올라 다른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때 갑자기 술취한 영신이 에게서 전화가 전화가 온 것이다

돈도 따서 기분은 좋았지만 술 취한 처남이 밤새 통화하자고 덤빌까 봐

[인마, 나 지금 바쁘니까 전화 끊어] 하고 강경책을 썼다 그러면서 또다시 전화할까 봐 끊지를 못하고 망설이는데

[그러세요, 그럼 점방 주인 좀 바꿔주세요] 하며 의외로 순순하길래 매형은 휴대폰을 점방 주인에게 건네주었다.

[나는 동식이 처남인데요, 이 말 좀 꼭 전해 주세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흔들고, 쓰리고에, 피박에, 광박에, 한 열 번만 덮어쓰라 하세요, 틀림없이 전해 주셔야 합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점방 주인도 인의를 아는지라 이 형제들의 우애(?)에 감동해 영신이의 간곡한 부탁을 그대로 매형에게 전했다.

 

다음날,

영전에 있는 큰 매형 현석이에게 동식이 매형이 전화를 해 왔다.

[형님, 나 영신이 그 자식 때문에 엊저녁 판쓸이 다해 놓고 마무리 직전에 쪽 빨러부렇소,

글쎄 한 250 정도 나가부렁능갑소 이 자식 어떻게 했으면 쓰겠습니까.]

하소연을 듣던 큰 매형이

[한 밤중 전화를 거절했으니 그 후유증이 한 번만으로 끝나지는 않을 걸세,

우리 만난 지도 개월여 되어가니 강진 이랑 모두모여 푸닥거리 한번 하세]

정년 해서 농장에 있는 둘째 매형은 무료하던 차에 연락을 받고 

푸닥거리 소식은 천상의 메시지였으며 건수를 제공한 영신이가 그처럼 고마울 수가 없었다.

받자마자 마량항에 나가 전복이랑 횟거리랑 한차 가득 실고와 담아놓은 농장의 오래된 술들을 꺼내 놓았다.

 

갑자기 강진 도암에 사시는 작은 매형의 부름을 받아 현장에도 나가지 않고 강진으로 쏜살같이 내려간 영신이.

푸짐한 안주거리와 각종 술들이 그의 구미를 당겼고

농장의 오래된 향기는 구름과 바람에 실리어 하늘과 바다로 마냥 흩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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