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은 떠 오르고. 48

소 띠끼기

2018. 9. 27 여름밤 팥죽을 배 터지게 묵고 모두들 나와 도방끌 꺼적에 누어서 달도 보고 동네 까끔으로 흐르는 은하수를 보면서 * 동팬대장은 동원이여 끄럼 동원이제 아니여 동원이도 경철이 한테는 꼼짝 못한다든디 그러도 대장은 동원이라고 봐야제 서팬대장은 인현이고 양포대장은 구종이랑께 인자는 아니여 인현이도 도방끌로 나와부럿써 양지몰 동학이가 서팬대장한다고 햇싼디 샘골목으로도 못다닌당께 회선이 무서워서 아따 그려 한 번은 사무실 앞에 개복숭나무에 거꾸로 매달아갓꼬 회선이가 불 질러부럿는디 재신네아부지하고 추상이 막 쪼차오고 그랬시아 말 말어 가이생하다가 술 취한 재신네 아베를 회선이가 골랜는디 재신네 아베가 종을 치면서 추상 저놈 잡아라 땡 ㅡ 추상 저놈 잡아라 땡 ㅡ 하니께 추상은 회선이 쪼차다니..

샛걸이

2018. 9. 26 들판은 노랗게 익어가는디 아야, 어서들 따라오니라이 느그들 따라온다케서 샛걸이가 늦어버릿시아 오메 ㅡ 벌써들 논둑으로 나와브렁능가 모르겠다 시방 한창 시장할것인디 귀남이 할무이요 거기 설밑테 논에 가면 메뚜기 있어라우 ㅡ 논귀퉁이 메뚱옆에 탱자나무도 있다든디 울엄니가 영순이 데리고 와서 메뚜기도 잡고 가지고 놀게 탱자도 주수라 했는디 응 그려 거기가면 메뚜기도 있고 탱자도 있은께 말붙이지 말고 쌔게쌔게 가자이 늦었부럿구마 와아 ㅡ 나는 탱자 마니마니 주슬거다 언니보다 더 마니 아이고 쯧쯧 지새끼들 배 안골릴라고 그랬는디 그 순한 서방 죽어불고 저 토깽이같은새끼들 세슬 어떠케 키울까나 아야 영자야 영순이 앞세우고 바짝 따라붙어라 그래도 대가리 굵었다고 뒷처지는디 걱정말그라 느그들 배따..

고향의 봄

2018. 4. 14 어제 차부에서 바라본 동네까끔과 달마산입니다. 나무들은 물이 오르고 숲은 연초록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완연한 봄의 향기가 가득한 고향입니다. 도방끌 리사무소앞에서는 오늘 면민의 날에 쓰기 위하여 학구네(영전, 남전, 평암, 금산, 서구정, 암평, 칼쾡이) 청년들이 돼지를 잡고 있더군요. 나도 잘 삶은 내장이랑 목덜미살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봄 가뭄이 들지 않아 밭에는 마늘잎들이 탐스럽게 자라고 여기저기 논둑과 밭둑 언덕에는 새순들이 고운 자태를 뽐내며 서로서로 하늘을 향해 뻗치며 솟아나고 있습니다. 꽃잎이 져버린 벚꽃나무의 가지에는 새움이 돋고 빠리죽죽 새싹들이 또 한 번의 색깔을 채색하고 있습니다. 마치 무사시노 벌판에 꽃잎이 날 리우고 황혼의 빛을 받은 져버린 벚나무의 외로움처..

임을 위한 행진곡

2017. 5. 14 임을 위한 행진곡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 5월입니다. 금년은 광주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속 시원히 울려 퍼지겠네요. 한때, 전두환자서전이 광주의 속을 뒤집어 놓았지만 자유와 정의는 역사 앞에서 언제나 횃불입니다. 평등한 세상의 밝은 노래를 위하여 '임을 위한 행진곡'은 장엄하게 울려 퍼져야 합니다. 새날이 올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다짐하고 다짐하며 불린 노래, 이제 광주는 전 세계 민주의 성지가 되었습니다. 이제 5월이 와도 광주는 더..

가을 오후

2016. 10. 20 ㅣ 가을 오후 가을을 맞이했던 코스모스가 한 두 송이씩 피워 있는 채 노란 국화가 송이송이 길가를 장식하고 있네요. 오후의 햇살이 숲속 가득히 두텁습니다. 노란 은행나무잎이 먼저 물들고 울긋불긋 단풍이 나무 꼭대기, 가지 끝에서부터 아름답게 오후 햇살을 받고 있습니다. 눈 부시도록 강열하기만 한데, 왠지 고적하고 쓸쓸한 심정은 계절이 가져다 주는 감성 때문인 가도 모르겠습니다. 일상에 머무르다 보면 놓쳐버리기 쉬운 풍경의 운치가 한 걸음 뒤에서 시간의 여유로움으로 바라보니 이렇게 햇살마져도 가슴을 저미는구나 싶어, 오감이 풍성한 계절인가 싶습니다. 한참이나 밖을 바라보다 안으로 들어와 차분해진 기분으로 스마트폰의 헤드라인을 들쳐 보는데 몇 컷의 좋은 그림들이 있어 캡처해 봅니다. ..

그 때 7월

2016. 7. 25 ㅣ 그때 7월 빨간 고추잠자리가 맴을 그리는 저녁때, 미쳐 공판을 끝마무리 못한 껍보리를 마당 가득히 말리다 밤이슬 때문에 덕석을 걷고서 마당 한가운데 밀대 짚으로 짠 거적을 펼친다. 누워서 바라보는 달마산의 붉은 노을과 불타오르는 석양이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원옥이네 집과 마주 한 앞 돌담, 담쟁이덩굴과 호박넝쿨이 뒤엉켜진 가운데 동그란 풋호박은 된장국 끓여먹기 딱 좋고 단감나무의 단감은 아직 맛이 차오르지 않았다. 옆집 영매 누나가 팥죽 양판을 들고 오면서 "수원아, 니 팥죽 좋아하지 우리 바꿔먹자 난 울음 쟁이 지짐(황색 이조림) 먹으련다" 호들갑 거리는 영매 누나를 친구인 소자 누나가 반긴다. 토방에 겸상한 할머니와 아버지가 웃는다. 마당에는 식구가 꽤 된다. 식사 때..

만납시다

2016. 3. 17 일시 : 2016년 3월 19일 토요일 오후 1시 장소 : 양재동 서광 식당 핑계 : 봄날에 머물면서 집안에 화초들이 만발하는가 봅니다. 그러는가 하면 움트고 솟아나는 새싹들과 올망 달 망한 풀꽃들이 봄내음에 묻혀 흙냄새 풍기는 봄이 머물고 있습니다. 대자연도 생의 기지개를 켜는 이때, 우리도 두꺼운 겨울의 외투를 벗어버리고 봄의 환희 속에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봅시다. 만나서 봄소풍 이야기도 나누고 금 보이장 같은 유머스러운 만담도 들으면서 자질구레한 세상사를 이야기합시다. 계절의 변화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봄의 준동은 설레는 가슴의 화신입니다. 시간 있으신 분은 이번 주 토요일(19일) 같이 합시다.

그리움

2016. 1. 1 ㅣ 그리움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워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 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 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이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내리는가 시인 이용악 1914. 11. 23 ~ 1971. 2. 15 함경북도 경성 월북시인 호는 편파 월 * ㅣ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

토하젖

2015. 10. 24 젓가락 끝으로 살짝 떠올려 밥 위에 얹어 입안에 넣으면 이슬 젖은 고향이 가슴으로 번진다. 코스모스 향기로운 그리움이 도진다. 누런 논배미가 산들바람에 춤을 춘다. 토하젓은 구렁 논에 도구치 던 그날이 있고 청무시 뽑아 먹던 달큼함이 고여 들며 냇둑 길에 매달던 염소 울음소리 훤하다. 가을은 달빛으로 깊어 가고 두 공기째 밥그릇은 금방 또 비워간다. ♬

고향

2015. 10. 15 김소월 1 즘생은 모를는지 고향인지라 사람은 못 잊는 것 고향입니다 생시에는 생각도 아니하던 것 잠들면 어느덧 고향입니다. 조상님 뼈 가서 묻힌 곳이라 송아지 동무들과 놀던 곳이라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지마는 아아 꿈에서는 항상 고향입니다. 2 봄이면 곳곳이 산새 소리 진달래 화초 만발하고 가을이면 골짜구니 물드는 단풍 흐르는 샘물 위에 떠 내린다. 바라보면 하늘과 바닷물과 차 차 차 마주 붙어 가는 곳에 고기잡이 배 돛 그림자 어겨 차 디엇차 소리 들리는 듯 3 떠도는 몸이거든 고향 탓이 되어 부모님 기억, 동생들 생각 꿈에라도 항상 그곳서 뵈옵니다. 고향이 마음 속에 있습니까 마음속에 고향도 있습니다. 제 넋이 고향에 있습니까 고향에도 제 넋이 있습니다. 마음에 있으니까 꿈에 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