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은 떠 오르고. 48

[스크랩] 송년의 밤을 함께 합시다.

경인년(庚寅年)을 맞이하기 위하여 기축년(己丑年)을 보내고 있는 막바지에 서로 만나 송년의 애환을 달래 봅시다. 금년은 하늘에 태양도 하나였고 달은 떠 밤은 날마다 달마다 아름답게 온 누리를 수놓고 별은 또, 더욱 빛나 밤꽃(夜花)이 되었습니다. 동창들은 변함없이 작년과 다름없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옛 친구들은 과거 속에서 애벌레의 껍질을 벗고 동창들의 품속으로 날갯짓을 시작했으며 새로움의 유대로 인터넷 카페는 크낙 한 기쁨이 되었습니다. 모두는 조화롭게 각자의 매력으로 서로를 보충하고 보듬으며 깊은 사회성의 성숙한 향기를 풍기고 배려하는 덕망이 어느 틈에 차 올라 친구들은 그저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참한 꽃처럼 예쁜 갈네들이 멋있고 화려 하지 않은 멋스러움이 좋기만 합니다. 다 같은 동물인데 동물은 ..

[스크랩] 진도 아리랑.

진도 아리랑 가사는 그 시대의 풍자와 해학이 연으로 지어져 서민들의 삶에 깊숙이 자리매김하여 들일 할 때나 잔치 또는 호상을 치를 때에도 흥겹게 부르던 남서해안의 대표적인 민요이다. 우리의 귀에 익숙하고 친숙해서 듣기만 하여도 어깨춤이 절로 나는 시간과 장소를 구애받지 않는 노래다. 장단은 잦은 중모리 나 3박자 (8분의 9)로 되어있다. 영화 서편제에서 청산도의 밭둑, 돌담길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김명곤, 오정해, 김규철의 한바탕 소리와 춤판은 서편제의 백미 일뿐 아니라 진도 아리랑의 진가가 드러나는 흥겨운 장면이다.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 응 응 아라리가 났네 1. 문전 세제는 웬 고갠가 굽이야 굽이 굽이가 눈물이 난다.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

[스크랩] 청석골을 회상하며.

청석골을 회상하며. 일상의 사소한 곳에서 발견하거나 찾아보는 재미로 시간의 여행은 무료하지가 않다. 자료를 찾으면 더 좋은 그림도 있겠지만 우연히 노래를 듣기 위해 CD를 뒤적이다 지금은 사라진 청계천 고가도로를 보고 혼자 보기 아까워 화질은 희미 하지만 그림을 올려본다. 벌써 한 15년 정도 되었나 보다, 청석골을 떠난지도.... 사라진 추억의 거리가 이곳에 있고 정든 사람들의 보금자리가 그림속에있다. 중앙시장의 거대한 상인 집단이 생을 연명하며 막대한 자금이 회전하는 곳, 세계 각국의 뒷골목 정보가 가차 없이 유입되기도 하며 서울의 4개 구가 경계선상 없이 감시의 눈길을 주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낮의 분주함이 태양과 함께 묻히고 밤은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뜨겁게 달구어 진다. 술은 여자를 먹고 여자는..

인생 4.

송지 땅! 마늘밭을 지나서 갯내음 와닿는 어란포를 화원, 영신, 그리고 나, 셋이는 찾아들었다 그 무렵의 호기였을까? 둘이는 입대 하기 전이였고 방랑의 영혼은 바다로 이어져 예측키 어려운 단순함에 매료되고 빠져 들었다 배를 타기 위하여 오후 내내 어불도와 어란을 헤매다 나는 혼자 어불도의 배에 오르고, 둘은 어란에 있는 배에 올랐다 너무 안이한 사고(思告)의 경종이었을까 뱃 생활이 미처 익숙해지기도 전에 마주쳤던 비와 풍랑은 육지와 다른, 또 다른 두려움을 안겨 주었다 이물이 잠기면 고물이 솟고 고물이 잠기면 이물이 용솟음쳤다 12시간이 넘는 작 어브 선장은 그물을 포기하지 않고 와바를 당기는 손바닥은 껍질이 벗겨 저 쥘 수가 없었다. 그물을 펼칠 때, 위치는 추자도 부근이었으며 석양에 물든 황금빛 물결..

어느 여름날.

방 낮의 태양이 하늘 위에서 이글 거리고 훅훅 찌는 지열은 밭고랑 사이로 피어오르는데 콩밭 속 열무잎은 적당히도 자랐어라 여름 손님 무섭다지만 애 손님 보다야 비할게 못되고 잘 익은 막걸리에 풋김치 감아 매운 고추 한 입이면, 그 맛이야 한낮, 여름 밥상 아니든가 여름은 모시적삼 풀 먹여 다듬이질하고 이슬 맞혀 다름 질 하네 어머니, 숮재 부채질했어요 덕석에 누워 은하수 건너 별똥별 쫓아가고 목욕하러 냇가에 갔던 누나는 이른 밤 돌아와 애저탕을 데워 식구들의, 더디 오는 여름잠을 더욱더 밀쳐 낸다. 도깨빈가? 단감나무 밑에 담 고양이 눈빛만 보여 돌담 따라 헤매던 팥죽 서리 서툰 악동은 놀라움에 소스라쳐 담장만 헐고 도망친다

여름밤.

해 질 녘! 저녁노을이 달마산 언저리에 붉게 물들어 구름은 수평으로 길게 길게 황금빛으로 떠 다니고 소 먹이던 아이들의 느리고 긴 행열이 냇둑 길을 따라 황혼 속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하루의 마지막 날갯짓 인가? 고추잠자리는 떼를 지어 높게 나는데 제비는 쏜살같이 비행하며 시끄럽게 재잘거리고 하늬바람 산들 거리는 여름 저녁은 팥죽 먹고 씩씩거리는 아이들의 함성 속에 저물어 간다. 별들이 돋고, 조각달은 아까부터 동네 까끔에 떠 있는데 하나, 둘씩 밀 때 짚 거적 깔고 도방끌에 자리 잡는다. 오늘도 별을 헤인다. 누워 있는 등짝은 꺼적에 베기지만 가위다리 하고서 바라보는 밤하늘은 별들의 고향이다. 찰나처럼 빠르게 별똥은 지고, 위성은 여름밤의 재미있고 깔깔대는 술래잡기 라 한낮의 이글 거리던 태양과 타는 ..

여자가 귀한 집

부지런한 누나 그 사이 뒷설거지 다 마치고 청소까지 깨끗이 손 갈 곳이 없다 지금쯤 예배당에 있겠지. 일주일에 두 동이 어머님은 또 도리 방석에 술밥을 편다 누나가 없으니 누룩이나 찌어야지 어머닌 늘 늦저녁 까지 무언가 하신다 여자가 없는 집 아버님께선 아침 소반에 반주 먼저 받는다 아신다. 이 번 것은 손 탔다고 하신다. 다행히 병연 형님댁 새벽 삼마이 그물에서 내가 해물 몇 가지 골라온 것이 더 이상 다른 말씀이 없다. 그렇지만 나는 안다 영매 누나가 달짝지근한 맛에 바가지로 또 홀짝홀짝 퍼 마셨겠지 현애하고 둘이는 꼭 익기 전의 술을 좋아한다 하긴 술방에서 자니까. 영신이는 우리보다 저녁이 빠른가 보다 아궁이에 불을 때고 있으면 꼭 온다 구워 먹던 쪄먹던 둥우리에 감자 맛이란다 여자가 귀한 집 무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