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39

어떤 오전

2017. 6. 27 어제는 비가 내렸습니다. 모처럼만에 단비였는데 스쳐가는 인연처럼 지나가는 비였습니다. 야속한 님 같이도 흡족하지 못한 수량이었지만 덕분에 하늘은 맑고 대기는 깨끗합니다. 바람이 살랑이네요. 나무 그늘 아래 야외 탁자에 앉아 생각을 내려놓습니다. 무심은 유월의 햇살에 파묻혀 나른하기만 합니다. 신록이 싱그럽습니다. 이 시간, 당신은 무얼 하는지 아름다운 오전의 한 나절을 붙들고 싶도록, 나뭇잎은 가볍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나름의 세계는 허공을 휘젓습니다. 당신은 눈감으면 무엇이 비치나요. 숲 속의 평화가 있고, 거리의 군상들이 모처럼의 웃음으로, 꽃잎은 화사합니다. 이렇게 바람은 살랑이는데, 변화는 급하지 않게 새벽의 여명처럼 푸르스름하게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당신의 가슴도 ..

사내. 2018.03.21

새해

2015. 12. 31 ㅣ 새해 해가 바뀌는 자시가 되었습니다. 오늘과 내일을 이어주는 시간, 천지는 고요하고 빛나는 별은 달빛 속에 차갑습니다. 그대는 이밤, 깨어 있습니까. 바스락 거리는 상고대 밟는 소리가 가슴을 휘졌습니다. 해 저무는 저녁나절 원숭이 소리 왁자하고 십장생 무리들이 무릉도원 가득할 제 새해의 붉은 해는 터질듯한 환희로 새날을 밝힙니다. 우리 사랑합시다. 우리 행복합시다. 우리 건강합시다. 우리 대의합시다. 작년에는 못다 한 말 새해에는 말하리다. 작년에는 무심했던 맘 새해에는 나누리다. 꽃이 피면 웃음 웃고 새가 울면 노래하지요 세상사가 뭐라고 역행할 수 있나요 가노라면 길인 것을 사노라면 인생인 것을 그대의 가슴속에 저도 묻어 주세요. 더불어 사는 것이 아름답다 하였습니다. 새해 ..

사내. 2017.03.03

응답하라 2016

2015. 12. 27 ㅣ 응답하라 2016 너는 어떤 얼굴로 다가올 거니? 폭발하는 핵의 분열로 태양처럼 열정으로 찾아올거나. 순박한 소년의 하얀 가슴처럼, 화합의 풀꽃으로 피어나 산과 바다와 구름의 달마산처럼 고즈넉한 평화로 채색될 거니.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무한 가치의, 상상과, 미래와, 따뜻함과, 우정으로 벼락처럼 내리 꽂혔으면 해서 그렇게 바람 속의 안개처럼 스미어 들거니. 너는 응답하라 2016. 열정 화합 가치 붉은 원숭이는 열정의 곡예사. 춤을 추웠지 사랑을 하였지 무리 져 살 아들 가지 그리고 그들의 푸른 숲은 질서가 있어, 꿈이 있는 거야. 북평 20도 나름의 사랑은 있어, 아끼고 즐거워하며 애달픈 우정이 있는 거야. 우린 기다려져 굴곡 없는 병신년 이기를 평온한 붉은 원숭이 이기를...

사내. 2017.03.03

명량

2014. 08. 04 [명량] 명량해협(鳴梁海峽)은 전라남도 해남군 화원반도와 진도 사이의 좁고 긴 바다이다. 파도가 소용돌이쳐 울부짖는 소리를 내 울돌목이라 한다. 개봉관에서 영화를 보고 나와 오랫동안 숙연한 감동이 가시지를 않았다. 1597년 9월 16일 명량(울돌목) 해전 승리. 성웅 이순신이자 인간 이순신의 「난중일기」중 일부분이며 사진은 영화의 장면 캡처이다. 9. 12 하루 내내 비가 뿌렸다. 가을 기운이 바다에 들어 나그네의 가슴이 어지럽다. 혼자 배의 뜸 밑에 앉아 있으니 마음이 몹시 산만하다. 달빛이 뱃머리에 들고 정신이 맑아져서 누워서도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어느덧 닭이 울었다. 9. 13 맑았으나 북풍이 크게 불어 배가 흔들렸다. 꿈이 이상스러웠다. 임진년 크게 승리할 때와 같은 ..

사내. 2015.06.16

쉰세(53) 개의 글자

우미 인화(우희) / 양귀비 패왕별희 ㅣ 쉰세(53) 개의 글자 기원전 202년 12월 동으로 돌아가던 초(楚)의 항우(項羽)가 한의 대군에게 쫓겨 해하(垓下 / 안휘성 동남)에 주둔하고 있었는데 초의 군대는 이미 사기가 떨어져 있고 식량도 바닥이 나 있었다. 더구나 성 주위는 한군에 의해 겹겹이 포위당해 있었다. 그 밤에 한군 진영에서는 사방으로 초나라의 슬픈 노래가 들렸다. 그 노래 소리는 항우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자신의 고향 노래인 초의 민요였기 때문이다. 항우는 크게 놀라면서 말했다. "한나라가 이미 초나라를 점령했다는 말인가, 어째서 초나라 사람이 이토록 많은가" 하고 슬퍼 하였다. 항우뿐이 아니었다. 초군의 병사들도 모두 향수에 젖어들었다. 그래서 그리운 고향의 노래를 무심코 따라 부르..

사내. 2015.06.13

추포가 13

|추포가 13 / 秋浦歌 十三 달과 술의 연인 / 이백 맑은 물에는 흰 달 뜨고 달빛 휘저어 백로 나는 밤 사나이는 듣고 있다. 마름 열매 따는 계집들이 돌아가며 부르는 노랫소리를. 秋浦歌 十三 추포가 십삼 綠水淨素月 月明白露飛 郎聽採菱女 一道夜歌歸 녹수정 소월 월명 백 로비 낭청채릉녀 일 도야가 귀 주 綠水(녹수) 푸른 물 素月(소월) 흰 달 郞(랑) 사나이 採菱(채릉) 마름 열매를 땀 一道(일도) ‘한 길로 같이 가면서’ 정도의 뜻인가? 해설 달밤, 떼 지어 멀어져 가며 부르는 처녀들의 노래에 가만히 귀 기울이고 있는 사나이. 그것은 인생의 본원에 동경을 보내는 모습이 아니랴. 정열의 시인은 타인의 정열에 따뜻한 공감을 갖는다. ㅡ 그것은 그가 영원히 젊은 사람이었던 까닭이다. 유교의 영향을 별로 받..

사내. 2013.07.17

[스크랩] 도문스님, 조계사 주지스님으로 임명 되시다.

고향, 영전 출신으로 세속명 / 김재준 (父 김대현 씨 셋째 아들) 법 명 / 도문 스님께서 2012년 5월 8일 자로 조계종 총본산인 조계사 주지스님이 되셨습니다. 대한 불교 조계종 직활 교구 본사 조계사 재산관리인에 도문스님이 임명됐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8일 오전 한국 불교역사 문화기념관 4층 접견실에서도 문스님에게 조계사 주지 임명장을 수여했다. 도문스님께서는 성파스님을 은사로 1980년과 1997년 양산 통도사에서 청하 스님을 계사로 사 미계와 구족계를 각각 수지 했다. 밀양 무봉사 주지와 조계사 부주지를 역임했고, 현재 종단 재무부장을 맡고 있으며 당분간 두 가지 소임을 겸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향 영전의 자랑이며 각고의 노력으로 경지에 오른 도문스님의 조계사 주지 임명에 세속의 선배들로..

사내. 2012.05.22

벚꽃

벚꽃은 피웠어라 무사시노 벌판에서 세키가하라 갈대밭에서 꽃잎처럼 지고 산기슭 외로운 벚나무 하얀 벚꽃은 피웠어라 세월도 가고 슬픔도 잊어 갈 때 향원정의 봄은 핏빛 벚꽃이 피웠는데 국모여 꽃잎이 지면 눈물이 흐르는가 죄짓는 일본아 만주 땅 남방 밀림 속 사이판 군도에서 태평양 물결 아래 쓰러져 간 젊음이 못다 핀 꽃이여 꽃잎처럼 지고 그리워 부르는 이국의 하늘 그리고 어머니 일본의 청년, 조선의 아들, 중국의 젊은이 고독한 가미가제는 꽃잎처럼 지고 전쟁은 슬픔 산기슭 외로운 벚나무 하얀 벚꽃은 피웠어라.

사내. 2012.04.21